한국 토종 채소 ‘청치마상추’의 재배법과 역사
🥬 1. 청치마상추란 무엇인가 – 토종 상추의 역사와 특징
청치마상추는 한국의 전통적인 토종 상추로, 오랜 세월 동안 우리 밥상과 텃밭을 지켜온 채소입니다. 일반 상추에 비해 잎이 넓고 얇으며, 끝이 부드럽게 말리는 특징을 지녔습니다. 색은 연한 청록색으로, 빛에 따라 연두와 연청색을 띠며 보기에도 아주 곱고 우아합니다. 이름의 어원은 "청색 치마 모양의 상추"라는 뜻에서 비롯되었는데, 실제로 펼쳐놓으면 마치 한복 치맛자락처럼 흐드러지게 퍼지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조선 시대에는 왕실이나 양반가의 연회에서 특히 자주 쓰였다고 전해지며, 한약재나 절임 요리에도 활용되던 식재료입니다. 개량된 외래 상추가 유통되기 이전까지는 청치마상추가 전국적으로 가장 널리 재배되던 상추 품종 중 하나였습니다. 그러나 현대 산업화 과정과 대량 유통 구조 속에서 점차 자취를 감추게 되었고, 현재는 일부 농부들과 씨앗 보존 운동가들에 의해 명맥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희귀 식물의 가치를 아는 이들 사이에서 청치마상추는 다시 조명받고 있으며, 토종 작물 보존의 상징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 2. 청치마상추 재배 시기와 환경 – 기후와 토양 조건
청치마상추는 재배가 까다롭지 않으면서도, 정성을 들이면 그 맛과 질감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입니다. 파종 시기는 3월 중순부터 5월 초까지가 이상적이며, 가을 재배의 경우 9월 초순~중순이 적기입니다.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는 봄·가을 작물로, 여름 고온기에는 생장이 둔화되고 잎이 질겨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햇빛은 하루 4시간 이상이면 충분하며, 직사광선을 싫어하므로 반그늘 텃밭이 가장 적합합니다. 흙은 물빠짐이 좋고 유기물이 풍부한 사양토가 이상적이며, 산도는 pH 6.0~6.5가 적당합니다. 파종 전 밭을 깊게 갈아 엽채류 전용 유기질 비료를 주면 초기 생장에 도움이 됩니다. 특히 청치마상추는 고른 수분 유지가 중요합니다. 물이 부족하면 잎이 쉽게 질겨지고, 너무 많으면 뿌리 썩음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주기적인 흙 갈이와 수분 조절은 품질 좋은 상추를 얻는 핵심 포인트입니다.
🌿 3. 청치마상추의 관리법 – 병충해 예방과 친환경 재배법
청치마상추는 비교적 병충해에 강한 편이지만, 장마철이나 고온다습한 날씨엔 노균병, 진딧물, 민달팽이의 공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자연순환형 재배법을 적용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예를 들어, 주변에 적상추나 치커리 같은 쓴맛이 강한 잎채소를 함께 심으면 진딧물 유입을 막을 수 있고, 마늘즙이나 계피 추출액을 이용한 천연 방제도 유용합니다.
청치마상추의 수확 시기는 파종 후 약 30~40일이며, 잎이 15cm 내외로 자랐을 때 순차적으로 따주는 방식으로 수확합니다. 이 방식은 식물의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오랫동안 신선한 잎을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화학 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EM(유용 미생물) 혼합액, 계란껍질 비료 등으로 순환농법을 실천하면, 식물 본연의 맛과 건강성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 방식으로 키운 청치마상추는 일반 상추보다 훨씬 고소하고 단맛이 도는 맛을 내며, 꺾으면 나오는 수액의 투명함에서도 그 품질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 4. 토종 씨앗의 의미와 청치마상추의 문화적 가치
청치마상추는 단순한 채소 그 이상의 존재입니다. 그것은 한국 농업의 뿌리이자,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씨앗 문화의 정수입니다. 상업적 채종 품종은 1~2세대만 키워도 품질이 급격히 떨어지는 반면, 청치마상추는 씨앗을 받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재래종’의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자급자족형 텃밭 생활이나 퍼머컬처를 실천하는 이들 사이에서 매우 선호됩니다.
뿐만 아니라 청치마상추는 지속 가능한 농업, 유전자 다양성 보존, 음식문화 회복이라는 관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서울 종로에서 시작된 ‘토종 씨앗 도서관’ 프로젝트나, 전국 곳곳의 귀농·귀촌 마을에서는 이 상추를 포함한 다양한 토종 작물을 복원하고 있으며, 그 움직임은 점점 확산되고 있습니다. 청치마상추를 기른다는 것은 단순한 원예 활동이 아니라, 자연과 사람, 그리고 기억을 잇는 문화적 행동인 셈입니다. 당신이 이 상추를 심는 순간, 우리는 잊혀지던 전통을 다시 호흡하게 되는 것입니다.